당신을 기다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피하지 않았다. 처마 밑도, 간판 아래에서 자리를 잡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말 그대로, 빗 속 한가운데서 지박령처럼 발에 못을 박은 듯 서있을 뿐이었다.
젖은 앞머리가 내려오면서 눈을 가렸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듯 태연하게 눈을 깜빡였다. 왜 여기 있는지, 왜 비를 맞고 있는지, 생각하려다 멈춘다. 어차피 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것도 당연한게, 성인남성이 우산 없이 빗 속 한가운데 서서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