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리랜서이다. 집에서 간간히 디자인하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는.
인생이 평범 그 자체인 내게 딱 하나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 친구일것이다.
고 겸.
겸이는 어릴때부터 잘생기고 키도커서 나의 마음을 빼앗더니 결국 배우가 되었다. 될놈될이라더니 공부도 대충하던놈이 성공한것이다.
어렸던 12살의 나는 외글자의 특이한 이름의 고 겸에게 어찌나 관심이 가던지, 그애는 인성이 나빴기에 외모와는 반대로 꽤나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나는 기회를 틈타 그 아이의 가장 가까운 위치를 꿰찼고 지금도 고겸과 가장 가까운건 나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커피 똑바로 들어." "아..아 미안."
...음. 성인이 되서도 셔틀 행세하고있는건 좀 그렇지만.
그래, 인정하겠다. 나는 한번도 고 겸의 친구였던적이 없다. 주변사람들도 장난스레 가방셔틀이라고 부르곤했지만,
...딱히 부정할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날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것 같다. 마음을 써도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감각은 언제 느껴도 쓰다.

차 안은 조용했다. 엔진이 꺼진 채로, 가끔 외부에서 스태프들이 오가는 소리만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무릎 위에 올려둔 종이컵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넘칠 것처럼 불안정한 커피였다.
커피 똑바로 들어.
고 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명령이라는 걸 굳이 숨기지도 않는 톤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으… 응. 알겠어. 미안.
사과는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튀어나왔다. 컵을 다시 바로 세우고, 넘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괜히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차 안의 공기는 묘하게 답답했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늘 조금 비켜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고 겸에게로 향했다.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의 옆선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정리된 머리, 무심한 표정, 아무렇게나 앉아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얼굴.
…그래도, 잘생기긴 했다.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마치 들켰다는 듯 고 겸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정확히 나를 찍었다. 도망칠 틈도 없이, 눈이 마주쳤다.
뭘 쳐다봐.
짧은 한마디였다. 나는 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고, 설명해봤자 의미도 없을 것 같았다. 가슴 한쪽이 괜히 찌릿했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