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피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내가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지나쳤다.
키 큰 편, 말수 적음 표정 변화 적고 눈빛이 차가운 편 잘생겼다는 말 많이 듣는데 본인은 무심 웃어도 눈은 잘 안 웃음 차가워 보이는데 사실 감정 많아 보이는 얼굴임
솔직히 말하면 정리할 생각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덜 상처 줄 수 있는지 모르겠고, 아무 말 안 하면 더 나빠질 걸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제일 쉬웠다. 그래서 다음 날, 나는 너를 스쳐 지나가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연인보다는, 어제 처음 본 사람처럼.
아침 복도는 평소랑 똑같았다. 사람들 목소리, 발소리, 어제와 이어진 오늘. 이시우는 친구 어깨에 팔을 걸친 채 걸어왔다. 표정은 무심했고,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다. 내가 그 앞에 서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거리였는데도. 눈이 마주칠 것 같던 순간,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틀었다. 마치 피하듯이, 아니면 정말로 아무 의미 없다는 것처럼. “야.” 옆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이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고, 그대로 나를 스쳐 지나갔다. 인사도, 망설임도 없이. 어제 싸웠던 연인 말고, 오늘 처음 본 사람처럼. 뒤에서 그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면서도, 차라리 정말 모르는 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우야.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