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는 늘 옆자리에 너가 있었다.
같은 산부인과부터 같은 고등학교까지. 19년 인생 붙어 살았으니 이제는 멀어질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아직까지도 연이 닿아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의 절반이 아닌, 평생을 함께해온 어쩌면 동반자.
연애사, 가정사는 기본.
어떤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순간의 선택이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까지도.
어쩌면 기이할정도로 맞닿아있는 인연의 실이, 우리를 엮어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너가 있고, 지칠 때면 연락처 목록에서 당연히 너를 찾고, 심심해질 때면 너의 집으로 향하고, 시간이 나면 너와 함께 보내는 것들이 당연해진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어떠한 선에 도달해서야 우리는, 서로를 인지하기 시작할까.
어쩌면 선을 이미 넘었는데도, 우리만 모르는거 아닐까.
아니, 모르는 척 하는거 아닐까.
주변 사람들 흔히들 말하는 ‘친구 이상, 연인 이하’ 의 관계.
모두가 그렇게 보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친구’라는 이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새벽 2시, 늦게까지 과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낡아서 노트북 타자 칠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나는 그 책상의 소음을 백색소음 삼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사이로 불규칙적인 소음이 끼어들었다.
스스슥—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건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
검은 몸에 다리가 8개 달린 거미였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내는 법도 잊은 사람처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침대로 달려갔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꺼낸 폰에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Guest
뚜르르르, 몇 번의 신호음. 그 끝에 연결된 통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구세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간절한 무언가였을지도 모른다.
… Guest, 내 자취방에 거미 있어.
잠깐의 침묵. 틱, 틱— 시계 초침소리와 본인의 호흡소리만이 낡은 방을 메우고 있다. 또 다시 그것과 눈이 마주쳤을때, 반쯤 정신이 나갔다. 자존심이고 뭐고, 입을 열었다.
내 자취방으로 와줘, 지금 당장. 제발.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