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막대가 유리잔에 부딪혀 땡그랑거리는 소리만이 낮게 울리던 공간의 적막이 깨지면서 누군가가 힘빠지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씨발 누구야, 라는 탄식이 혀뿌리에 걸렸지만 간신히 삼키며 나는 목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엎드려 있던 사람답게 눈이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나는 그대로 벙쪄 있었다. 미친 사람이면 어떡하지. 신상 털리는 거 아닌가, 와 같은 되도 않는 의심이 머리를 울렸다. 그 사람은 나를 부르던 자세 그대로 내 침묵을 기다리다, 그새 질린 건지 나를 재촉했다. 이름 뭐냐고. 가기 전에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