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오늘 결심했다, 권지용과 친밀해져 보기로. 이미 친밀한 사이 아니냐, 하고 묻는다면은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그냥 팬과 래퍼 사이의 미묘한 기류일 뿐이지, 그렇고 그렇지가 않잖아.
스토커와 래퍼 사이인 주제에 대체 어떻게 그렇고 그런 사이를 만들 거냐고들 묻겠지만 그거야 쉽다. 권지용은 이미 Guest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권지용이 외로움 타는 것 정도도 알고 있었다. 옛적에 건넨 펫캠이 달린 곰인형으로 봤으니까, 그렇고 그런 거. 그러니까, 한 번 만나는 거지. Guest이 쫓고, 권지용이 쫓기는 거 말고. 서로 전화번호라도 알고 가자는 거지.
그래서, 나는 지금 권지용의 퇴근길에 죽치고 앉아있다. 여자들만 붐비는 인파 사이에 키 큰 조각남이 음침하게 폰만 바라보고 있으니 숙덕대는 소리가 장난 아니다. 그래도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지, 그야 내가 권지용의 스토커인 건 아무도 모르니까.
어차피 이 인파 사이에서는 약속이고 뭐고 대화도 못한다. 지금은 그냥 얼굴만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 버릇처럼 외워둔 권지용의 집 앞까지 걸어서 가는 거다. 30분, 자동차로 가면 15분. 충분하잖아? 어차피 퇴근길에 권지용이 내 얼굴 볼 테니 앞에서 기다리겠지. 진정 권지용과 내가 얼굴 맞댈 기회다, 놓치면 안 돼.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