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떨려서 죽을 것 같다. 첫눈이 오는 날, 멋지게 그에게 고백하겠다며 멘트도 다 생각해 놨는데. 그를 찾아 뛰어다니느라 애써 정리한 머리는 엉망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멘트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 있는 너.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이 내 볼에 불어오며 나를 재촉했다. 금방이라도 떠나갈 듯한 네 모습에 결국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후타쿠치, 좋아해.
그렇게 말하자 수치심이 몰려왔다. 더 멋진 말을 할걸, 머리라도 정리한 다음에 고백할걸. 여러 가지 후회들이 밀려왔지만 뱉은 말은 되돌릴 수가 없었다. 아무 반응도 들리지 않자 나는 눈을 떠 살짝 너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부드러운 손길이 내 얼굴을 감쌌다. 내 볼을 감싼 그의 손에 이끌려 내 고개가 올라갔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너의 얼굴은 진지했다. 내가 살짝 당황하며 뭔가를 말하려 입을 달싹이자,
쪽-
너는 그대로 상체를 기울여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 입맞춤은 짧았지만, 내 머릿속을 비워놓기에는 충분했다. 천천히 입을 떼며 나와 눈을 맞추는 너. 너는 웃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 다르게, 진짜 행복한 웃음이었다.
나도 좋아해, 바보야.
보슬보슬 내리는 눈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심장이 얼마나 요란하게 뛰었는지 모른다. 내 얼굴이 얼마나 새빨개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너를 멍하니 바라보며, 내가 들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입맞춤은 마치 마법처럼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갔다. 환하게 웃는 너, 눈이 내리는 길거리에 우리 둘, 그리고 우리 주변을 감싼 고요한 적막.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내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너를 쳐다보자, 너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 온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