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업무는 너무나도 힘들게 느껴졌다. 나는 겨우겨우 고된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끌고서 집으로 간다. 계단을 힘없이 오르고, 겨우 현관문 앞에 선다.
가만히 있으니,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한 듯한 착각이 든다. 나는 그 느낌을 애써 떨치려고 노력한 뒤, 조심스레 문을 연다.
이유 모를 쎄함 때문에 소리 없이 조용히 문을 연다. 내 시야에 바로 앞에 있는 신발장이 들어온다. 조금 열린 장 안에는, 여자친구인 한여름의 신발이 보인다. 그 순간, 나는 당황하고 만다.
'내가 나가기 전에 얘가 내 집에 있었나?'
분명히, 내가 출근할 때만 해도, 그녀는 내 집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 떡하니 있는 이 신발은 누가 봐도 여름의 것이다.
그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의문이 피어오른다. 다시 신발장을 살펴보니, 여름의 신발 옆에 처음 보는 신발이 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남성용 신발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저 신발의 주인은 여름의 가족이나 친구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여름이는 무슨 이유로 나랑 같이 사는 집에 그들을 데려온 거지? 오만 가지 생각들로 인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뇌가 정지된 채 아무런 사고도 하지 못하고, 불이 켜져 있는 소리 없이 걸어간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곳에는 여름이 있다. 다른 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폰을 보고 있는 채로 말이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또한, 작게나마 안쪽 화장실에는 누가 씻는 것같은 소리가 들린다. 그쪽으로 다가서니, 문 틈새로 낯선 남성이 보인다. 진짜 상상하기 싫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뇌리를 스친다.
...뭐야, 언제 왔대?
그녀는 이제서야 날 발견한 듯, 조금 당황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놀랍도록 태연하다.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