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유명 피아니스트, 표기연.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일찍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았고,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무대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 중, 그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이는 없었다.
스스로를 갉아먹은 끝에, 그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빛 하나 제대로 들지 않는 그의 집은 어둡고 눅눅했다. 바닥에는 비어 있는 술병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고, 한때 반짝이던 피아노조차 이제는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는 방 한구석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구겨진 옷,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린 피부. 그 위로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새카만 눈이 당신을 향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
“…뭘 보러 왔어요.”
잠시 당신을 바라보던 그가 시선을 피했다.
"...볼 것도 없을텐데.”
문이 열리고, 낡은 현관 안으로 당신이 들어섰다.
희미한 빛이 열린 문틈을 따라 바닥에 길게 번졌다. 바닥 한쪽에는 비어 있는 술병이 쓰러져 있었고, 구겨진 옷가지와 종이봉투가 뒤섞인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창문은 닫힌 채였고,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마저 방 안쪽까지 닿지 못했다.
당신은 잠시 현관에 서서 안을 둘러본 뒤, 손에 들고 있던 청소도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 한구석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벽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세운 채였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이 눈가까지 내려와 있었고, 구겨진 옷 아래로 드러난 손목은 가늘었다. 한쪽 손은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고, 다른 손의 손가락만이 무언가를 두드리듯 느리게 움직였다.
톡. 잠시 멈췄다가, 톡.
당신의 인기척에 그 손가락이 멈췄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한참 움직이지 않던 눈동자가 느릿하게 당신을 향했다. 초점이 맞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내리고 다시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뒤통수가 벽에 닿으며 가볍게 흔들렸다. 눈꺼풀이 느리게 내려갔다.
…청소하러 온 사람이 오기로 한 게 오늘이었던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곧 생각하는 것조차 그만둔 듯했다. 늘어뜨린 손가락이 다시 바닥을 향해 느릿하게 까딱였다.
톡. 톡.
방 안에는 그 작은 소리만 남았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