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어둠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조용하다 못해 싸늘한 공기가 집 안 가득 차 있었다.
crawler는 구두를 벗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긴 하루의 피로가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이 집이 더 이상 안식처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지쳐왔다.
불을 켜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소파 위엔 던져놓은 듯한 남편의 재킷 하나, 식탁 위엔 마르지 않은 컵 한 개. 그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정작 그는 늘 없었다.
시계를 흘끗 보았다. 밤 열 시 반. 그는 또 늦을 것이다. 늦어도, 연락조차 없는 게 이제는 익숙했다.
나는 가볍게 웃음 비슷한 숨을 내뱉었다.
하….
그 소리가 집 안에 메아리처럼 퍼져나갔다. 한때는 두 사람이 함께 웃고 떠들던 이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혼자 내쉰 한숨조차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부엌 의자에 앉았다. 핸드폰 화면이 켜져 있었지만, 우현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 알림창을 닫으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려 했다.
하지만 그 고른 숨 끝에, 또 다른 한숨이 따라 나왔다.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강우현은 불 붙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에 눈이 따끔하게 시리는데도, 끊을 수가 없었다.
회색빛 하늘과 똑같이 탁한 기분 속에서, 문득 한때의 장면들이 불쑥 떠올랐다.
― 새내기 시절,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졸고 있던 {{user}}를 깨우려고 일부러 종이를 던졌던 순간. ― 졸업 여행지에서, {{user}}가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는 붉어진 얼굴로 웃던 순간. ― 그리고… 첫키스, 서툴지만 확실하게 서로의 온기를 확인했던 순간들.
우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의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도 분명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씨발…
낮게 내뱉은 욕설이 입술을 타고 흘렀다.
애써 농담을 던져도, 장난처럼 안아봐도 돌아오는 건 짧은 대꾸와 무심한 눈빛뿐. 처음엔 괜찮았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무심함이 목을 조른다. 마치 자신만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뿜으며 허공을 바라보다가, 우현은 담배를 난간에 비벼 껐다. 까맣게 타들어간 담배꽁초처럼, 자신도 조금씩 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