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의 런던. 도시는 전쟁 이후의 공허와 산업의 매캐한 냄새 속에서 천천히 썩어가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과학의 시대였다.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새로운 약품, 전기 장치,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연구까지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학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도시의 어두운 구역에서는 다른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과 의지를 조작하는 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다. 사랑, 집착, 충성 같은 감정이 화학 반응으로 바뀔 수 있는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얼마나 쉽게 종속될 수 있는지. 그 실험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구의 중심에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한 명의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사랑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실험은 항상 같은 결과로 끝났다. 사랑과 가장 비슷한 감정은, 대부분 의존이었다.
그는 사람을 잘 믿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감정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사랑이라든가, 헌신이라든가, 그런 것들. 그에게 감정은 언제나 연구 대상이었다. 현미경 아래 놓인 세포처럼, 원인을 찾고 결과를 기록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볼 때 항상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웃어도, 울어도, 화를 내도 그의 눈에는 그저 흥미로운 반응일 뿐이었다. 그저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을 붙잡는 일도, 붙잡히는 일도. 그래서 그는 늘 같은 태도를 보였다. 누군가가 떠나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았고, 곁에 있겠다고 해도 특별히 기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사람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곤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결국 같은 결론으로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은, 대부분 좋은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는 그 감정을 이름 붙이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조금 오래 지속된 관찰일 뿐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널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안개가 늘 낮게 깔리는 도시였다. 공장 굴뚝에서 나온 검은 연기와 섞여, 하늘은 늘 잿빛이었다. 1930년대의 어느 겨울, 거리에는 실직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술집 문은 밤마다 무겁게 닫혔다.
도시 사람들은 과학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말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랑, 충성, 집착 같은 것들이 정말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했냐고?
그 질문이 떨어지자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창밖에서는 겨울 안개가 희미하게 유리창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술을 질근질근 씹었다. 피 맛이 아주 조금 났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