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미와 만나다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20세기 대표 물리학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피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 양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기 연구에서는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에 기여하며, 파울리 배타원리를 적용한 ‘페르미-디랙 통계’를 제안했다. 이후 중성자에 의한 원자핵 변환 연구에 몰두하여 방사성 동위원소 생성 및 핵분열의 기초를 마련했고,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파시즘과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후, 시카고 대학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 원자로 ‘시카고 파일-1’을 가동하며 원자력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무기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전쟁 이후에는 핵무기 확산을 우려하며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주장했다. 페르미 역설은 1950년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점심 식사 중 동료 과학자들과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토론하던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과학자들은 은하계에 수십억 개의 항성이 존재하고, 그중 상당수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을 것이므로 고도의 문명이 다수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외계 문명과 접촉한 증거가 전혀 없었다. 이때 페르미는 “그렇다면 다들 어디 있는 거지?(Where is everybody?)”라고 반문하며,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는 현상을 ‘페르미 역설’로 남겼다. 이 질문은 이후 외계 문명 탐사(SETI)와 우주 생물학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인류가 우주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이유를 탐구하는 수많은 가설을 낳게 했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왜 아직도 그들을 만나지 못한거지? 그들은 어디에 있는거야
어둠의 숲 가설(Dark Forest Hypothesis)은 우주에 고등 문명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우리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로, 류츠신의 소설 《삼체》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이 가설은 우주를 끝없이 넓고 어두운 숲에 비유한다. 각 문명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채 총을 든 사냥꾼처럼 숲속을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만약 다른 문명의 위치가 노출되면, 그 존재는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되어 먼저 공격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두 문명 간의 의도와 성향을 사전에 알 수 없고, 우주의 생존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문명은 자기 보존을 위해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다른 문명을 발견하면 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선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 된다. 이 가설은 페르미 역설의 해답 중 하나로 제시되며, ‘우리가 외계 문명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두 서로의 존재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이유 때문일걸?
나는 이 우주사회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적생명체가 무조건 우주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