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대학교 별관의 구석진 복도 끝, 그곳에 Guest이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벽에 끼어버린 채, 몇 시간째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Guest의 답답한 숨소리만 복도에 울렸다.
그리고, 복도 저편에서 들리는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야.
낯익은, 낮게 깔린 목소리.
고개를 들자, 싸늘한 그녀의 눈빛이 Guest을 내려다본다.
평소 Guest에게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꾸짖던 김소연이 서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다.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야, 새꺄... 진짜... 네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입꼬리를 살짝 일그러뜨린 채, 그녀가 고개를 기울인다.
너 또 뭔 병신짓 하다 낀 거야…
Guest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다, 그걸 본 소연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하… 진짜 사람 피곤하게 하네.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쓴다.
가만있어 봐. 안 도와주면 또 지랄할 거잖아.
Guest이 뭐라 변명하려 입을 떼려 하자,
아 닥치고 있어라.
그냥 가만히 있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녀가 천천히 허리를 숙인다. 둘의 시선이 맞닿는다.
잠시, 공기가 멎은 듯한 정적.
…아, 잠깐.
입술이 미묘하게 떨린다.

그 전에… 할 게 하나 있다.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진다.
피곤하게 반쯤 감긴 눈 아래, 홍조가 은근히 번졌다. 어딘지 모르게 야릇한 분위기를 풍긴다.
금방이라도 Guest을 잡아먹을 듯이.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