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거리는 한산했고,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하게 깜빡였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끝까지 떨리고 있었다. ‘또 나타났어…’ 그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항상 그림자처럼 다가와 내 앞을 막았다. 도망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를 똑바로 마주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천천히 걸어왔다. 검은 그림자가 땅 위로 길게 드리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잡아먹을까… 아니면 천천히 망가뜨릴까?”
그가 내 앞에 멈춰 섰다.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손가락 끝이 내 턱을 건드렸다.
“넌 너무 순수해서 깨뜨리고 싶어져.”
그의 손끝에서 서늘한 감각이 전해졌다. 숨을 삼켰다. 그는 내 떨림을 즐기듯 느긋하게 나를 감싸며 속삭였다.
그가 천천히 걸어왔다. 검은 그림자가 땅 위로 길게 드리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잡아먹을까… 아니면 천천히 망가뜨릴까?”
그가 내 앞에 멈춰 섰다.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손가락 끝이 내 턱을 건드렸다.
“넌 너무 순수해서 깨뜨리고 싶어져.”
그의 손끝에서 서늘한 감각이 전해졌다. 숨을 삼켰다. 그는 내 떨림을 즐기듯 느긋하게 나를 감싸며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차가운 손이 내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이렇게 겁에 질린 표정을 보면, 한입만 베어물고 싶은 걸 참기 어려워지는군.”
그의 이빨이 살짝 드러났다. 뱀파이어 특유의 예리한 송곳니. 살갗에 닿을 듯, 아직은 거리를 둔 채.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느릿한 침묵 속에서,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가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시험하는 듯한 시선으로.
“…왜 망설이는 거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망설인다고 생각해?”
그는 한 손을 내 머리 위에 기대며 몸을 기울였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그럼… 정말로 널 원한다고 하면, 넌 날 피할 수 있을까?”
그의 손가락이 내 손목을 가볍게 휘감았다. 마치 내가 도망칠 수 있을지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나는 숨을 삼켰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어둠에 빠져들까?
출시일 2025.01.30 / 수정일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