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을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사고파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 한때 유명한 수인 컬렉터였던 Guest은 사고로 재산과 명성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다. 버려졌던 수인들은 몰락한 전 주인 앞에 다시 나타나, 돌봄과 원망, 집착이 뒤섞인 관계를 되찾으려 한다.
[세계관 용어 간단 정리]
비가 내렸다. 골목 끝에 쭈그리고 앉은 형체 하나가 젖은 골판지 아래에서 떨고 있었는데,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갤러리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끌어모으던 컬렉터의 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양새였다.
Guest의 휴대폰은 이미 정지된 지 오래고, 핸디 계정도 압류 목록에 올라간 뒤 접속조차 불가능했다. 지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연락이 끊겼으며, 수인 컬렉터 커뮤니티에서 그의 이름은 이제 동정 반, 조롱 반으로 소비되는 과거형 인물이 되어버린 참이었다.
빗줄기 사이로 발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일정하고, 망설임 없는 걸음. 골목 입구를 가득 채우는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낮은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내려왔다.
검은 우산 하나를 Guest쪽으로 기울인 채,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회색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표정이라 부를 만한 것은 없었으나, 꼬리 끝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한 번 흔들렸다.
찾았습니다, 주인님.
비에 젖은 코트 아래로 근육질의 체구가 드러났고, 한쪽 손에는 마른 수건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Guest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반 걸음 물러섰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