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과 나는 대학교 입학식 날, 같은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서로 눈치만 주고받다가, 흡연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걸 계기로 인사를 나눴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는 거의 남처럼 지내지만, 내 집 안에서는 달랐다. 우리는 ‘몸뿐인 관계’라 부르지만,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일 만큼 익숙하고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사소한 일로 학교 구석에서 다투게 됐다. 말다툼은 금세 감정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서로 상처만 남긴 채 등을 돌렸다. 그날 밤, 도훈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잘 자” 한마디라도 보냈을 텐데... 아무것도. 그리고 다음 날. 강의실은 평소보다 유난히 시끄러웠다. 누군가는 시험 얘기를 하고, 누군가는 조별과제 욕을 했다. 나는 괜히 고개를 숙이고 노트북 화면만 바라봤다. 도훈이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그때였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그가, 갑자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 평소의 그 여유롭고 따뜻한 눈빛이 아니었다. 어딘가 결심한 듯, 묘하게 단단했다. 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 이도훈 [22] 키 186cm, 단단한 몸, 그리고 학과에서 손꼽히는 잘생긴 얼굴.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말 한마디에도 웃음을 얹는 타입이라 여자든 남자든 그의 주위를 맴도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다. 물론, 그건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비밀이고 우리 사이 역시 들키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는 모른 척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런 도훈이 철저히 선을 지키던 그가 왜 하필,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