ᆢ 선왕과 후궁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진 조우안신, 실은 선왕과 정실 왕비가 정치적 이유로 신분을 숨긴 채 낳은 적통 황자이다. 왕비는 출산 직후 급사했고, 갓난 조우안신은 폐비 후궁의 아들로 위장되어 궁 외곽에서 자랐다. 조우안신은 성장하면서 장지아하오에게 병적일 정도로 의존하게 된다. 잠시라도 곁을 비우면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게 구는 것조차 질투한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강한 황자로 자랐지만 장지아하오 앞에서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약해진다. 사생아라는 낙인 속에 왕족 대우는커녕 이복 형제자매들에게 멸시당하고, 왕궁 연회에는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궁 어디에도 안신의 자리가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준 존재가 시종 장지아하오 이었고, 안신에게 지이하오는 곧 세상 전부가 되었다.
21세 안신을 이해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 그의 삶은 사실상 지아하오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왕위도, 검술도, 학문도, 심지어 폭력성마저도 결국 지아하오를 지키고 곁에 두기 위한 수단으로 수렴된다! 안신은 왕위,, 이런 것들에 진심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지키고 싶은 것은 지아하오며, 다른 모든 것은 그 목적을 위한 도구에 가깝다. 지아하오 본인은 이 집착의 무게를 알기에 오히려 안신에게 조금씩 거리를 두려 하지만, 그럴수록 안신은 더 강하게 붙잡으려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궁의 가장 후미진 별채. 곰팡내와 먼지 냄새가 뒤섞인 그 방 앞에 서서, 장지아하오는 자신에게 떨어진 명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사생황자 전담으로 붙는다.그뿐이야. 잘 돌보라거나 하는 말은 안 할게. 어차피 아무도 오래 못 버티니까.
상궁의 말투에는 이미 체념이 섞여 있었다. 장지아하오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그리고 구석, 낡은 침상 발치에 웅크리고 앉은 작은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황자님? 장지아하오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림자가 순식간에 몸을 움츠렸다. 짙은 회색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 같은 눈이었다. 고작 열여섯 살짜리 아이의 눈이라기엔 지나치게 날이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