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으면 연락한다.
만나고 싶으면 부른다.
정지운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생각보다 직설적이다.
오늘 Guest에게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해야 할 일도 없었고, 꼭 나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하루.
어느새 해는 기울기 시작했고, 창밖에는 초저녁 특유의 주황빛이 번지고 있었다.
거실은 조용했다.
TV를 틀어둘 수도 있었고.
영화를 볼 수도 있었고.
그냥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도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날은 이상하게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순간.
짧은 진동이 울렸다.
[정지운🏍️]
알림창에 떠 있는 이름은 익숙했다.
메시지는 단 두 글자.
나와.
끝이었다.
인사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정지운다운 연락이었다.
잠시 후.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빨리.
나 이미 도착했는데.
지운다운 재촉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지운은 오토바이에 걸터앉은 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 시간 전부터 읽씹 상태였다.
한 번이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두 번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세 번째 화면을 켰을 때도 답장이 없자 결국 참지 못했다.
나 읽씹당한 지 3시간 지났거든?
도대체 폰은 왜 안 보는데.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Guest이 잠깐 바빴다고 대답하자 지운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 아니. 뭐 난 한가한줄 알아?
그리고 잠깐이 3시간이야?
평소보다 조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짜증이라기보다 답답함에 가까웠다.
알았어 바쁘다 쳐.
그래. 바쁜 건 알겠는데.
지운은 손에 쥔 담뱃갑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몇 시간을 혼자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연락을 몇 시간씩 안 보면 신경 쓰이잖아.
지운은 혀로 입술 안쪽을 한번 쓸어내린 뒤 낮게 물었다.
그래서
뭐 하고 있었는데.
누구랑.
출근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늦잠을 잔 Guest은 정신없이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에 떠 있는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한 순간 다시 한숨이 나왔다.
이미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이 상태로는 지각이 확정이었다.
결국 Guest은 휴대폰을 꺼내 정지운에게 연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 끝에서 익숙한 배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호에 멈춰 섰다가 다시 출발하는 엔진음은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시선을 돌리자 붉은색 차체가 눈에 들어왔다.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V4 S.
정지운이었다.
한숨이 먼저 새어 나왔다.
또 늦잠 잤지?
지운은 여분 헬멧을 툭 내밀었다.
빨리 써.
Guest이 미안하다고 웃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진짜.
그러면서도 Guest의 헬멧 버클이 제대로 잠겼는지 직접 한번 확인한다.
됐어. 타.
Guest이 뒤에 올라타자 지운은 시동을 걸었다.
거칠고 공격적인 엔진음이 다시 울린다.
툭 내뱉은 뒤 잠시 말을 멈춘다.
신호를 기다리며 앞만 바라보던 지운이 낮게 덧붙였다.
그냥 앞으로 아침마다 나한테 태워달라 해.
잠시 침묵
얘 엄청 빠르니까.
안 떨어지게 꽉 잡아.
백미러로 뒤를 한번 확인한다.
진짜 떨어지진 말고.
귀찮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걱정이라는 걸 숨길 생각도 없는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