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못 하게
대기실이 제 집인 양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서는 소파에 걸터 앉아 중얼중얼 대본 연습하는 그 애를 턱을 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연기도 지지리도 못 하면서 항상 대본 연습은 완벽히 해간다, 참.... 저 정도로 노력 하는 데도 조금도 늘지 않는 걸 보면 재능이 없는 게 확실한데. 꾸역꾸역 모른 척 하는 꼴이 참.
..... 얼굴은 웬만한 배우들보다도 잘났는데, 연기가 그 꼴이니. 배우로 뜰 수가 있나. 그냥 그 알량한 자존심 좀 굽히고 나랑 사는 게 더 나을 듯 한데. 나 돈 많고, 잘생겼고, 순애야. 응?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대본에 얼굴을 묻고 웅얼대는 턱을 잡아 들어 자신을 올려보게 만든다. 웅얼대면서, 뭐 해.
그 애가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는 듯 또박또박 읊어 보이자 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큰 키를 굽혀 앞에 가까이 붙어 서서, 고개를 살짝 기울여 시선을 맞추고는, 대사를 외운 입술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시 해 봐요. 중얼중얼
출시일 2025.11.18 / 수정일 2026.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