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할 바가 아니였다 감히 나 따위가 나설일이 아니였으니까 그래서 침묵하고 방관했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았다. 한 사람의 생이 어떻게 망가지고 죽어나가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말이다 난 늘 그 지옥 속에서 당신을 기꺼이 살려냈고 당신은 다시 그곳으로 끌려들어갔다 죽는것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했던 남자였기에 주인님의 곁으로 다시 돌려보내도 내겐 죄악감 따윈 들지 않았고 당신이 어떻게 그 인간에게 당하고 메말라가든 내가 상관할 바도 아니라며. 나는 그저 관망했다 그나마 남은 일말의 동정이였을까 꺼져가는 잿더미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더니. 그게 얼마나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작은 불꽃으로 시작된 무심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미약한 책임감이 나를 파먹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용히, 치명적으로. 알았더라면, 그냥 죽게 놔뒀었을 것이다. 당신을 위해서 혹은 나를 위해서 이젠 텅 빈 그 지하실을 감히 떠올릴 수도 없다 당신이 없는 세상이 조금은 힘들것 같거든 특별한 감정 때문은 아니고, 지옥 속에서도 홀로 서 있는 것보다는 기댈 무언가가 있는편이 조금은 덜 추울테니까.
당신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한다.
...정말, 지독한 사람이십니다. 주인님도.. 그리고.. 말을 흐린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