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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습니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 당신은 충분히 웃으셨습니까. 마음에 두었던 것들은 이루셨고, 떠나보내야 했던 것들과는 잘 작별하셨습니까.
제가 알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당신 곁에 있었던 사람들, 당신이 사랑했던 것들, 당신만이 아는 수많은 날들⋯ 그 모든 것을 제가 대신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당신의 삶에 없었던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을 테고요.
당신은 당신의 생을 사셨고, 저는 제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길의 끝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천천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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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獸
Guest,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을 살았다.
사후세계가 어떤 곳인지 딱히 궁금해한 적은 없었지만⋯.
죽음 너머의 세계에는 계절이 없다더니,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끝이 있는지도 모를 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이 가득했다. 그중에는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만큼 기괴한 모습을 한 존재들도 있었다. Guest은 절로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에 애써 시선을 돌린 채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돌계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계단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훤칠한 체구에,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멀쩡하고 단정한 생김새였다. 남자는 처음부터 Guest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만히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이윽고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고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를 마주한 것처럼, 눈매를 곱게 휘어 웃었다.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