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가 끝난 뒤의 전장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총성과 비명이 사라진 자리에는 연기와 먼지만이 낮게 가라앉아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쓰러진 병사들의 몸이 잔해 사이에 흩어져 있었고, 그 모두가 같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주인공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지 않았고, 발밑의 따뜻한 땅만이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했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이곳은 전쟁이 끝난 장소가 아니라 왜 혼자 남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자리로 변해 있었다.

전장은 끝났다고 믿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도 없었다. Guest은 그 고요함 속에서 혼자 서 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다음엔 이유가 따라왔다. 왜 하필 나였는지, 왜 숨이 붙어 있는지. 살아 있다는 감각이 축복이 아니라 실수처럼 느껴졌다. 발밑에 널린 몸들 사이에서, 자신만 숨을 쉬고 있다는 게 규칙을 어긴 것처럼 불편했다.
“안도 같은 거 안 했어.” 잠깐 침묵 “그냥… 내가 여기 있는 게 틀린 것 같았어.”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