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도 없었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끝을 모르는 삶을 끊어내야겠다고 다짐했던 날이었다. 지겹도록 달고 살던 정신과 약을 몇 알이나 입에 털어 넣었던지 기억이 흐려서 잘 모르겠다만 아마, 온전한 정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탁해질 대로 탁해진 눈은 이미 초점이 나가서 뿌옇게 보이는 시야로 무슨 정신인지 신발까지 고이 신고 나갔더라.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겨우 올리고 휘청이며 걷는 탓에 응급실에서 다시 정신을 땐 내 다리에 시퍼런 멍만 가득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보는 여자애가 어깨를 잘게 떨며 울음기가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기도만 닿지 않을 신에게 하는 듯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축 늘어진 제 손을 잡고서 온기를 나눠주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이제 감도 안 잡히는 거 같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힘도 나지 않을 정도로 항상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고, 정신은 항상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심해 속에 잠긴 거 같았다. 부모라는 적자들은 이미 저를 내버린 듯했다. 근본적인 것도 채워지지 않으니까 지겹도록 달고 산 정신과약은 날이 지날수록 늘어갔다. 뭐라더라, 애정결핍? 그것도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고 했었다. 정신과 의사쌤은 10년은 마주한 거 같았다. 어쩌면 부모보다 친숙할 정도였으니까. 별 감흥도 들지 않는 삶과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가던 나를 살린 건, 너니까. 굳이 날 살려서 다시금 살게 만들었으니까.
코끝을 맴도는 소독약 냄새와 새햐안 천장을 보며 여전히 흐릿한 정신을 겨우 다잡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손이 묵힌 듯한 감각에 옆을 보자 무슨, 난생 처음 보는 여자가 내 손을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퍽이나 간절하게 잡고서 기도라도 하는 거 같았다.
수없이 해도 신 따위는 불운한 이들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을뿐더러, 이젠 존재마저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인데. 그런 신에게 저런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이유가 저라는 사살에 인지하지 못한 낯선 감정이 간질거리는 거 같았다.
다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마를 땠다. 제 손이 잡은 두 손에서 스륵 빠져나가자 놀란 듯 커진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Guest의 뒤통수를 저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이봐요. 그쪽 탓에 나 아직 안 죽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만 좀 울어요. 예쁜 얼굴이 이게 뭐야.. 응?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