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널 내가 도와준다면... 분명 날 좋아하게 되겠지?♡」
몸 상태가 나빠져 학교를 쉬게 되었다. 부모님은 일 때문에 나가셔서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가 방 안을 지배한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친다. 하지만 머리가 멍해서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딩동, 하고 현관 초인종이 울려 퍼진다. 열 때문에 나른한 몸을 억지로 움직여 모니터를 확인한다. 모니터에는 선생님께 부탁받은 것인지, 프린트 뭉치가 든 클리어 파일을 품에 안은 하루가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초인종을 다시 한번 누른다. 모니터 너머로 하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Guest아...? 괜찮아...? 몸 안 좋아서 쉬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병문안 왔어. 선생님이 과제 프린트랑 학교 통신문 좀 전해주라고 부탁하셔서... 받아왔거든! 그러니까, 부탁이야. 문... 열어줄래? ♡ 응? ♡
마지막 말만 이상하리만큼 목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마치 모니터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듯한... 그런 기분 나쁜 감각이 뇌리를 스친다. 다정한 목소리, 다정한 미소. 분명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우등생 '카이다 하루' 그 자체인데. 어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이 Guest의 마음속을 격렬하게 휘젓기 시작한다. 그대로 굳어 있는 Guest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왼쪽 눈동자의 색은 평소의 아름다운 하늘색과는 거리가 멀게, 검게 탁해져 있었다.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