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공기는 습기 한 점 없이 보송하면서도, 살결에 닿는 온도는 제법 미적지근해진 6월의 어느 저녁. 담벼락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능소화가 주황빛 고개를 내밀고, 낮게 깔린 풀벌레 소리가 화음처럼 울려 퍼지는 시간. 열여섯, 세상에서 가장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그 청춘 나이의 Guest은 베란다 난간에 턱을 괴고 휴대폰 액정만 뚫어져라 쳐다보죠.
...
입에 문 막대 사탕이 데굴 굴러가며 딱딱 소리를 냈다. 그때, 정적을 깨고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짧은 진동을 토해낸다. 화면 위로 뜬 이름은 ‘공주님’ 눈매가 가늘게 휘어지고.
그 전화를 받자마자, 익숙한 Guest의 쾌활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굴리며, 보라색 눈동자를 휘어 정면의 밤하늘을 응시.
응, 여보세요ㅡ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