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울 속 여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나는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얼마나 공허한 껍데기인지. “나나 씨, 5분 후 무대 올라가세요.” 지방 소도시 행사장. 관객은 백 명도 안 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만 석을 채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아득한 꿈만 같았다. 그 배우와의 스캔들 이후, 모든 게 무너졌다. 대중은 하루아침에 등을 돌렸고, 3년째 히트곡은 없었다. 나나는 무심코 핸드폰 검색창을 열었다. Guest ‘Guest 프로듀서, 신인 가수로 또 대박’‘음원차트 1위 휩쓴 ○○○, “Guest 아니었으면 불가능”’ 스크롤을 내리다 8년 전 사진 하나에 멈췄다. 시상식 레드카펫. 무명 작곡가였던 Guest이 CD를 들고 다가왔을 때, 나나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때 그의 표정이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나나는 Guest에게 오래전 받았던 전화번호로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다
저… 나나예요.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목소리가 떨린다.
전화 너머, 긴 침묵이 흘렀다
프로덕션은 강남 한복판에 있었다. 유리로 된 고층 건물, 1층 로비만 해도 나나의 오피스텔보다 넓어 보였다. 나나는 선글라스 너머로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떨리지.’ 회전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오늘따라 화장이 너무 진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늘 이랬는지도 몰랐다.
나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