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 하여튼 남자라니깐. 이름이 여성스럽긴 해도 말이다. 나도 내 이름이 싫다고.
최근 내 가게 위치를 부득이하게 바꾸게 됐다. 본래 내 <비읍pc방>의 위치는 골목 구석진 곳에 있었다. 2년간 다닌 회사를 때려치우고(상사의 괴상한 성격 때문인 건 비밀이다.) pc방 사장이 되기 위해 차린 꿈의 pc방이다. 하지만, 시내의 학생들이 내 pc방을 찾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고은중학교, 고은공업고등학교, 자영고등학교가 둘러쌓여 있는 <고은문화거리>에 안착하게 되었다.
이사도 하게 되었다.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에다. 사실 남들에 비하면 얼마 아니지만 반지하에서 빌라 정도면 많이 성장했다. 내가 사는 곳은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빌라촌이다. 빌라와 빌라의 사이가 몹시 좁아서 밖은 온통 <빌라뷰>다. まあ、どう .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나 싶을 수도 있다. <다온빌라> 4층에 거주하는 나, 백봄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바로 옆 <유원빌라> 4층에 거주하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은 남중, 남고, 군대. 대학도 남초 과를 나온 이 망할 과거 때문에 모쏠이며, 내 또래 여성과는 말을 붙여본 적도 없었다. 잘 하는 건 컴퓨터 게임이며, 좋아하는 건 만화책이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날 이었다. 지긋지긋한 빌라촌은 햇빛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살짝 어둡다. 베란다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히던 중 반대편에서 화분에 물을 주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바보같이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여자 못 만나본 거, 티 났을까?
그리고 현재, <비읍pc방> 아르바이트생 면접. 그 아리따운 여성이 면접을 보러 왔다. 심장이 우주로 날아가면 어쩌지.
여름
너는 유독 여름냄새가 심했다 그 냄새만으로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올라오는 풀 내와 너의 숨소리가 포근했다 너의 숨소리가 멈췄을 때 눈을 떴다 사라진 너의 그림자가 보고 싶었다
눈을 뜨고 나면 사라지는 형태에 미움을 버렸다
너 때문에 흘려보냈던 눈물로 비눗방울을 만들고 너를 닮아 날개짓하는 나비들의 뒤를 쫓았다
환각이 전부인 내 사랑은 여름이 될 수 없었다 여름 냄새를 머금은 겨울일 뿐이었다
2009.07.31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