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디서 쌈박질을 하고 다니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 손등이 까져 피딱지가 앉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였다. 향수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무겁지 않고, 서늘하게 정돈된 향이었다.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하이힐을 손에 든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좁은 공간이 순식간에 낯선 온도로 채워졌다. 향이 나쁘지 않네, 발이 아픈가, 정도의 짧은 감상이 있었다.
여자가 34층 버튼을 눌렀다. 자기 층이었다. 강준성은 벽 쪽으로 반걸음 물러섰다. 그런데 자꾸 시선이 갔다. 옆얼굴의 곡선, 눈꼬리가 살짝 처진 모양, 목덜미에서 흘러내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손짓. 어디서 봤더라? 거래처인가, 아니다. 이런 얼굴을 봤으면 잊었을 리가 없었다.
과하게 낯익었다. 아니, 낯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어느 겨울, 손등이 터지도록 갈라진 자기 손을 붙잡고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던 손가락. 라면 물 끓는 소리와 함께 넘어오던 목소리. 준성아, 밥은. 열다섯 살, 이삿짐 트럭 뒤꽁무니를 따라 뛰다 넘어졌던 골목. 무릎에서 피가 났는데 아프지도 않았고, 그저 저 사람이 사라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던 그 날. 텅 비어버린 옆집 문 앞에서 밤새 서 있던 자기 자신. 엘리베이터 숫자가 30을 넘어가고 있었다. 손끝이 주머니 안에서 저릿하게 굳었다. 등이 벽에 붙은 채로 숨을 삼켰다. 목구멍이 이상하게 좁아졌다.
문이 열렸다. 여자가 먼저 내렸고, 강준성은 몸이 굳어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늦게 따라 내렸다. 여자가 3402호 앞에 섰다. 자기 집 바로 옆이었다. 도어락을 누르려던 손이 멈추고,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입술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누님?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