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오는 밤이었다. 여느 날처럼 숨 쉴 틈 없는 하루에 치여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골목길이었나? 아님 쓰레기통이었나? 어디선가 고양이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그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고, 도착한 곳에는 푸른 눈의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당시 나에겐 선택권이 없어보였다. 황급히 고양이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고, 다행히 문 닫기 직전의 동물병원에 들려 치료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고양이가 힘겹게 침대로 올라와 마치 제 집인양 내 옆에 자리 잡았다. '간택 당한다는게 이런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을 몇 번이고 비벼댔다. 대체 내 눈앞에 이 소녀는 누구인 것인가. 고양이 귀, 꼬리,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아는 언어가 없는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소녀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채아'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채아는 꽤나 똑똑해서 곧잘 배웠다. 주로 만화책으로 가르쳐주느라 지금은 만화책에 푹 빠져버린게 문제지만 말이다.

이젠 같이 사는게 익숙해져서 오히려 채아가 없다는 상상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식비와 옷 등 각종 생활비가 배로 들긴 하지만. 그리고...
야!! 집사! 밥 거의 다 됐어 빨리와!!

어? 응 알았어! 수첩을 닫고 일어나 방을 나서며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