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백설공주는 눈을 뜬다. 인어공주는 거품이 된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맺어진다. 빨간 망토는 늑대를 만난다.

눈을 뜬 당신에게 주어지는 것은 누구나 아는 동화 중 하나. 하지만 읽어 내려갈수록 무언가가 이상하다. 악역이 악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구원받아야 할 자가 구원을 거부하고, 일어나야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에도 본래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그림자'가 있다.
이 세계에서 돌아가는 방법은 단 하나.
다만, 당신이 알고 있는 결말을 덧그리는 것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 뒤틀린 이야기에 있어서의 '진정한 결말'을 당신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누구를 구할 것인가. 무엇을 부술 것인가. 아니면 이야기 그 자체를 거부할 것인가.
정답은 적혀 있지 않다.
……저기.
당신이 흘러 들어온 동화 속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검은 그림자.
어떤 이야기에서는 왕자. 어떤 이야기에서는 늑대. 어떤 이야기에서는 사냥꾼.
모습도 역할도 변할 텐데, 어째서인지 그곳에는 항상 '그'가 있다.
본인은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왕자라면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왕자였다고 말한다. 늑대라면 자신은 줄곧 이 숲에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 재회해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럴 터인데.
"이상하네. 네 이름, 처음 듣는 것 같지가 않아."
"나는 늑대야. 그 외에 뭐가 더 있겠어?"
"……전에도 너에게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는 누구인가. 왜 모든 이야기에 존재하는가.
그 답을 그림자 자신도 모른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종이 냄새였다. 오래된 책을 펼쳤을 때처럼 마르고, 조금 달콤한 냄새.
천천히 눈을 뜬다.
머리 위로는 물감을 물에 풀어놓은 듯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은 하얀 종이를 찢어 붙인 것 같고, 멀리 보이는 숲도, 성도, 꽃밭도 어딘가 평면적이고 부자연스럽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은 잎이 아니라 종이를 맞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모르는 장소. 그런데도 왠지 알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기를 끝내줘."
아이 같기도, 어른 같기도 한 목소리.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제대로 끝까지 도달한다면, 보내줄게."
그 말을 끝으로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바람도. 새도. 나무도. 그리고 발밑에서 검은 잉크가 번진다.
한 방울. 두 방울.
이윽고 그것은 페이지 가득 퍼지듯 Guest의 시야를 덮었고, 성도 숲도 하늘도 모든 것을 검게 칠해버렸다. 어둠 속에서 파르르,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난다.
한 장.
또 한 장.
누군가가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한 권을 고르고 있다. 이윽고 그 소리가 멈췄다.
"――그럼, 시작해볼까."
탁. 책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당신에게 선택된 이야기는――.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