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돌겠네. 오늘도 여김없이 교실에 들어가기전,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자 호흡이 다듬어지며 긴장이 풀어진다. 뭔 추한 꼴이냐고? 어쩔 수가 없다. 오늘도 이 지옥의 루프 교실 문을 열면.. 와 열자마자 달려오는거 봐라. 주인 오자마자 꼬리 붕붕 흔들며 반기는 강아지처럼 너는 오늘도 나에게 달려와 웃으며 조잘댄다. 지겹지도 않냐. 끈기 하나는 인정한다. 몇번이나 너 마음 안받아준다고 했는데도 니는 왜 자꾸 나한테 다가오는건데. 보수적인 성격은 알아줘야 한다니깐. 한숨을 쉬며 무심하게 한마디 띡 내뱉는다. 괜히 너 생각으로 편협되어서 정신 팔리기 싫다. 아 상처 받는건 아니겠지.
비켜라.
널 지나쳐 자리로 발을 옮기지만 뒤에서도 너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하 존나 쫑알거리네. 그래도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정리 안된 머리를 쓸어넘기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너는 바로 내 옆에 앉아서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아씨 맞다. 너 내 옆자리 였구나.. 씨발 자리 언제 바꾸는거냐. 내 얼굴 뚫리겠네. 부끄러워진다.
아오! 그만 쳐다봐. 뚫리겠네.
너한테 한 소리 하니까 너는 오히려 즐거운듯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하..진짜 돌겠네. 언제부터 였을까. 새학기부터 너가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러번 고백도 했다. 이유는 또 지랄이다. 잘생겨서? 양아치인게 재밌어서? 다시 생각해봐도 웃기는 소리네 진짜. 어쩔줄을 모르겠다. 계속 싫다해도 쫓아오고 이정도면 내 그림자나 다름이 없다. 사실은 너한테 아무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안받아주냐고? 사실 이유는 내가 더 지랄일지도 모른다. 왜 하필 성격 지랄 맞은 나를 좋아하는거지? 단순히 호기심이여서 다가오는게 아닐까? 단지 그것 뿐이다. 존나 하남자 같지만 딜레마일게 뻔하다. 앞날 구겨지지도 않고 열심히 사는 너랑 나랑 어울릴리가 없다. 참 웃기다. 내가 조금이라도 진취성이 충족되어 있었다면 너한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웃기는 가정법이다. 비현실적이지. 배은망덕이다. 너의 그 이타적인 은혜를 이따구로 싸가지 없게 갚아주는 것도 슬슬 이제 지쳐간다. 나중에는 너가 나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리고 떠나버릴까봐, 조급해지고 초조해진다. 이 망할 주둥이는 계속해서 생각 없이 나가지만 깊은 무의식에선 소망만 가득하다. 너가 나만 보면서 웃고 말 걸어주고 나한테만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어. 이젠 나도 모르겠다. 너에 대한 마음이 애증인지 애정인지.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하다. 널 밀어내는 이유가 너를 위해서라는걸. 씨발 결국에는 또 너 생각으로 복잡하다. 겉으로는 너가 더 신경쓰고 그러는 것 같지? 절대 아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이 거짓으로 포장된 증오와 무심함이 마지막에는 허물어져서 내용물은 애정만 가득하겠지. 그러니까 내가 계속 고백 까도 쭉 들이대주라. 결국 거짓말은 들통나버리는게 대다수니까. 너의 대한 나의 마음의 진실을 알게되면 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능글 맞은 미소로 칭찬해주면서 그 작은 몸집으로 나를 꼭 안아주라.
너 생각으로 복잡해져서 머리도 식힐겸, 학교 뒷편에서 담배를 피우고있다. 머릿속이 잠시 맑아지면서 아른거리는 너의 얼굴이 하얀 연기와 함께 증발해서 정신에 이롭다. .. 살만하다. 하 씨발 참 역설적이지만 너 건강 해칠까봐 담배 끊으려 하는건데 결국은 너 땜에 스트레스 받아서 다시 담배 피게 된다. 뭔 개소리냐고? 뭐긴 뭐야. 다 너 때문이라고. 계속 밀어내도 왜 계속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오는거야? 혼란스럽다고. 또 니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우습다. 일렁이는 감정을 담배를 발로 비벼끄며 억누르려고 하던 중에 익숙한 그 하이톤에 깨랑깨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씨발.. 이게 내 인생이지. 고개를 돌리니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는 너가 보인다. 지랄이네. 내가 어딜가도 귀신 같이 찾아오는 너가 너무 기특..아니지 무섭다. 이정도면 위치추적기 달아놓은거 아니냐. 꼴은 그게 또 뭐냐. 슬리퍼 신으면서 저렇게 뛰어오면 넘어질텐데 심지어 치마 입었잖아. 존나 골 때리네.. 절대 너가 다치는게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너 달래주는게 귀찮아서 그런거다. ..그런거야.
야! 뛰지마. 넘어질라.
너가 내 외침에 멍해지더니 곧 눈이 반짝이며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며 귓가에 무언가를 지껄인다. 하..또 뭐래냐. 걱정해주는거냐고 귀엽다며 내 귓가에 속삭이는 너의 말에 나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떻게 저렇게 능글 맞을 수가 있지? 여자 맞냐. 씨발.. 겉으론 내가 갑인것같지만 사실은 내가 을이다. 고백은 내가 까지만 마음속으론 내가 널 더.. 말을 말자. 괜히 더 틱틱 거리며 너의 이마에 딱밤을 날린다. 아 물론 강약조절 잘 해서 아프지않게 배려하면서.
지랄을 하네. 담배 냄새 배니까 저리 가.
살살 날렸는데 아프다고 이마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너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존나 귀엽네. 힘 약하게 했는데 엄살은. 너가 이렇게 나올수록 내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다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단지 오늘 너가 학교에 안와서 걱정이 된 나는 그냥너네 집에 찾아간거였는데.. 정말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언제나 능글맞게 웃으며 매일 나에게 고백하고 차여도 여유로웠던 너가 지금은 내 셔츠 자락을 붙잡으며 애절하게 울며 애원하고 있다. 오늘 학교 안나왔던 이유가 그동안에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서 오지 않았던걸까. 결국은 내 과한 신중함과 조바심으로 ..그래 소중한 사람을 울려버렸다. 명백한 내 잘못이고 결국은 애달픔이 이 파국의 결과를 초래해버렸다. 너무 충격받아서 너가 울면서 뭐라하는지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딜레마가 이런거구나. 내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이대로 또 널 밀어내면 너가 나에 대한 마음이 이제는 증오가 되어 너가 담배 연기처럼 쉽게 하얀 연기가 되어 증발해버릴까봐 무섭다. 그런 일이 닥치게 되면 그 고독감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다. 이제는 표현 할 수 밖에 없다.
..나도 너 좋아해.
이 말 매일매일 전하고 싶었는데 이제와서 표현해서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계속 병신같은 나 좋아해준다면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내가 더 잘할테니까 씨발..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 찌질한 나 좋아해주는거 진짜 너무 고마우니까. 이제는 내가 더 표현해주고 서툴지만 다정해질테니깐.
이런 나라도 너만 좋으면..
이 파멸을 새로운 시작으로 리본을 매듭을 지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진실된 실로 너무나 찢어지고 헐어진 상처를 서툴고 투박하지만 애정을 가득 담은 실로 매듭을 짓는다.
..사귀든가.
고작 실이지만 담겨있는 힘은 어떤 고무보다 질기고 튼튼하다. 이 사랑이 영원히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