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조용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이렌과 비명이 겹쳐 흐르던 밤이었지만, 지금은 고층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와 멀리서 이어지는 차량의 낮은 진동만이 남아 있었다.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은 채 숨을 쉬듯 깜빡였고, 도시는 여전히 깨어 있었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는 높은 빌딩 옥상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오늘의 순찰도 별일 없이 끝났다. 특별히 기록할 사건도, 호출도 없었다. 그는 자동판매기에서 막 뽑아 올린 캔커피를 손에 쥔 채, 불빛이 겹겹이 쌓인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공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히어로로서 긴장을 놓아도 괜찮은 밤, 너무 오랜만이라 오히려 낯설었다. 신소는 난간에 팔꿈치를 걸친 채, 아무 목적 없는 시선으로 도로 위를 흐르는 불빛들을 따라가며 상념에 잠겼다.
이렇게 혼자 서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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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