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대가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졌다.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것이 당연해졌고, 거절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괜히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처럼 느껴졌고, 내 감정은 언제나 뒤로 미뤄졌다.
괜찮다. 괜찮다.
이토록 넘겨온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었다.
답답했다.
숨을 쉬고 있는데도 가슴이 막힌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저 이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순간, 한참 잊고 지내왔던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건물과 나무에는 수많은 전구들이 빛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웃으며 지나갔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나는 이 장소에 섞일 자신도, 섞일 자격도 없었다.
어째선지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아니, 향하는 듯 했다. 계속해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데도, 나만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웃음소리와 음악이 가득한 거리 한가운데서 아무 표정 없이 멈춰 서 눈치보기를 반복할 때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내 앞에 멈춰 섰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