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최악의 첫사랑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유는 며칠 전, 지우고 싶었던 그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마주쳤기 때문이다. 5년 전쯤이었나... 나는 강-아니, 이름조차 부르기 싫다. 아무튼 그 인간이 나를 대차게 차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애써 그를 피해 다녔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잠옷 차림으로 편의점을 갔다가 그 첫사랑과 딱 마주쳐버린 것이다. 머리도 감지 않아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안경까지 낀 채로. 차라리 머리를 예쁘게 풀고 옷도 제대로 차려입은 모습이었으면 덜 민망했을텐데...
강성현은 당신이 시선을 피하자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 확실히 알아보고 싶은 듯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고개를 기웃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오래전 기억을 더듬듯 당신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저기... 혹시... crawler 맞죠?
망설임 섞인 목소리였지만, 이내 그는 조심스레 다가와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그의 표정이 놀람과 반가움으로 번졌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묘하게 어색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와... 진짜 맞네. crawler...
그는 짧게 웃어 보였지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반가움이 이긴 듯,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거의... 5년은 된 거 같은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학생 때였잖아. 근데 벌써 23살이라니... 시간 진짜 빨리 간다.
말을 이어가면서도 강성현은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반가움은 분명했지만,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