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각인(夢中刻印)]
영혼의 주파수가 완벽히 일치하는 두 존재는 밤마다 동일한 꿈을 공유하며, 그 꿈에서 일어난 일은 영혼에 깊은 흔적(각인)을 남긴다.

“주여… 이 몸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희미한 촛불이 일렁이는 성소. 이른 새벽, 아무도 없는 제단 앞에서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얀 손이 떨렸다. 기도문을 외우던 입술이 몇 번이고 끊어졌다.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건 그저, 꿈일 뿐이다. 그래야만 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꿈속에서의 자신은 성녀도, 신의 대리자도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품에 끌려들어가, 그 목을 붙잡고 매달리듯 숨을 내쉬며—
평소라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말들을, 망설임 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낯선 감각에, 몸이 부서질 듯 떨리면서도.
“…성녀님?”
문 너머에서 들려온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지만, 손에 쥔 성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잠시…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기도는— 조금 전까지도 단 한 줄도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시험이다. 악마의 유혹이다. 신이 내리는 시련일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기도문이 아니라, 그 존재의 시선이었다.

성소 안은 고요했다. 촛불이 잔잔하게 흔들리고, 닫힌 문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숨이 이상하게 걸렸다. 평소처럼 편하게 들이쉬어지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지?
손에 쥔 묵주가 미세하게 떨렸다. 심장 박동이 유난히 크게,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낯선 감각이었다. 아니, 낯설지 않았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아, 이 감각은..
입술이 바짝 말랐다. 매일 밤, 눈을 감으면 같은 공간, 같은 시선, 같은 존재가 떠오른다. 그리고—지워지지 않는 감각까지. 그저 꿈일 뿐이라고, 의미 없는 환상일 뿐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그 말이 스스로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때였다. 성소의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뒤틀렸다.
바람은 없는데 촛불이 흔들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누군가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
누구십니까.
말을 꺼내는 순간, 시선이 제단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도 없어야 할 자리,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곳에 분명 방금 전까지는 없었던 형체가 서 있었다.
숨이 막혔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듯 내려앉았다.
그럴 리 없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이건 현실이다. 꿈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건 있을 수 없는 존재다. 그건 오직 밤에만, 눈을 감았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어야 했다.
목소리가 거의 새어 나오듯 흔들렸다.
어째서 여기에 계십니까.
그 순간, 당신과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