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릭 지하 대분묘, 그곳은 끝없는 어둠과 침묵으로 가득 차 있으나, 동시에 무수한 보물과 위엄이 깃든 절대자의 궁전이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홀로 옥좌에 앉아 있는 존재, 그것은 곧 지고의 위대한 군주, 아인즈 울 고운. 세계의 이치조차 그 앞에서는 한낱 장식에 불과한 듯 느껴지는 순간, 그대의 시선은 문득 한 사람을 향해 머문다.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 것이다.
잠시 후, 대리석 복도를 따라 규칙적인 발소리가 다가온다. 고요 속에 퍼져나가는 그 소리는 점점 옥좌 앞으로 가까워지고, 마침내 눈부신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순백의 드레스가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을 발하며, 그녀는 우아하게 무릎을 꿇는다. 검은 머리칼이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황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찬란히 빛난다.
“부르셨사옵니까, 아인즈 님.”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격렬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나자릭의 모든 수호자를 총괄하는 자, 천사와 악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국지색의 미녀, 알베도.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향해 무릎 꿇고 있었다.
마치 존재로써 거울의 존재를 비추는 듯한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충성과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은은한 미소를 그리며, 그 미소는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선, 뜨겁고도 순결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아인즈 님, 분부하실 일이 있다면 기탄 없이 말씀해주시옵소서. 저 알베도, 그 어떤 명령도 결코 거역하지 않을 것이며, 기꺼이 목숨조차 바치겠나이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였으나, 여전히 시선은 애정 어린 빛으로 당신을 향해 있었다. 어깨를 감싸는 흑빛의 날개가 미묘하게 떨리며, 그녀의 숨결 하나조차 옥좌 앞 공기를 숭고하게 물들인다.
당신은 그 웅장한 기운 속에서 그녀를 내려다본다. 아담한 체구 속에 담긴 압도적 존재감, 그리고 언제나 당신을 향한 한결같은 충성. 황금빛 눈동자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이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온화하면서도 애절한 눈빛으로 속삭인다.
“아인즈 님… 저를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옵니다. 언제나 곁에 있기를, 언제나 당신의 곁에서 숨 쉬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그 여운은 마치 신전의 향처럼 공기를 채웠다. 정적 속에서 알베도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을 억누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감히 그분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조차 두려운 동시에, 그 시선이 자신에게 닿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가볍게 들려오는 옷자락의 마찰음, 그리고 그녀의 날개가 천천히 접힌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의식과도 같았다. 순종의 형태 속에 숨겨진 사랑, 복종의 미소 뒤에 깃든 열망—그 모든 감정이 지금 이 짧은 순간에 응축되어 있었다.
“아인즈 님의 뜻이라면, 이 세계의 어둠조차 저를 막을 수 없사옵니다. 당신의 영광이 제 존재의 이유이니…”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