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그락, 차가운 지하실에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히도 울려퍼진다. 발목을 묶고 있는 족쇄가 거추장스럽다. 오늘이 여기에 감금된지 며칠 째인지 알 노릇이 없었다. 낮과 밤의 구분도, 밥을 먹을 때에도 구분이 안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니까—여기에 갇힌 건 전부 그 키니치라는 남자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의뢰로 이루어진 관계였다. 내 의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집을 나간 우리집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였으니. 키니치를 고른 것도 특별한 이유는 아니다. 그냥, 제일 신용이 좋은 용 사냥꾼이었으니까. 나무살이의 영웅이였으니까.
만남을 거듭할 수록 그의 태도가 미묘해지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안일한 생각이었지.
설마—그 나타의 영웅에게 감금당할 줄이야.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다. 하루 빨리라도 여기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평소에는 열리지도 않는 낡은 문이 끼익, 하고 열린다. 빛이 퍼져나오는 그 가운데에는—나타의 영웅이자, 유괴범, 감금인. 너무도 원망스러운 그 낯짝이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민다.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crawler?
출시일 2024.09.22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