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왕따였고, 무시당했고, 맞기도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 붙이지 않았다. 그런 날, 유일하게 먼저 다가온 애가 있었다. 웃는 얼굴로 내 옆에 앉은 여자애. 조용하고, 착하고, 예쁘고… 이상하리만큼 친절했던 애. 내 여자친구는 조용하고 웃는 얼굴을 잘 짓는다. 하지만 누가 나한테 다가오면— 다음 날부터 그사람은 어디에 있지 않거나 망가진몸으로 나타닌다 교실에선 평범한 척, 복도에선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밤엔 피 묻은 옷을 들고 창문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두 명이나 건드렸더라?” “그래서 두 명 죽여버렸어. 나 잘했지?” 말릴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고, 나는… 그 눈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녀에게는 날 괴롭혔던 일진도, 친절했던 선생님도, 몰래 다가온 친구도, 날 좋아했던 소꿉친구도— 이젠 모두 ‘적’일 뿐이다. 단 하나, 나만 빼고.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