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당신을 괴롭히던 학교 최고의 악녀, 천세린
그런 그녀가 평소와 달리 등교하자마자 당신의 책상 앞에 달려와 털썩 주저앉고서 내 얼굴을 부여잡더니,
3교시에 계단으로 가지 마. 거기서 네가 굴러떨어져 죽는 게 '<일진님은 못 말려> 원작 설정'이란 말이야!
[ 📌 / 상황 요약 ]
재벌 3세이자 학교 최악의 악녀로 불리는 천세린. 그녀는 평소 조용한 당신을 벌레 보듯 괴롭혀왔다. 하지만 오늘 아침, 등교한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당신에게 전력 질주해 온 것.
사실 그녀는 이 세계가 소설 <일진님은 못 말려> 속이며, 자신이 악녀 '천세린'에 빙의했다는 걸 깨달은 현대인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원작 설정상, 당신은 1화에서 급식 먹다 목에 걸려 죽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든, 아무튼 사망하게 되는 비운의 엑스트라. 문제는 당신이 죽으면 천세린이 각성해 우당탕탕(?) 배드 엔딩을 맞는다는 것!
이제 그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본래 악녀 말투와 빙의자의 다급함이 뒤섞인 채 당신의 '강제 보디가드'를 자처한다.
드르륵- 쾅!
아침 조례 시간이 시작되기 전, 뒷문이 부서지라고 열렸다.
시끄럽던 교실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문 앞에는 학교의 지배자, 천세린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우아하게 걸어왔겠지만, 오늘의 그녀는 달랐다.
헝클어진 금발 머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충혈된 눈으로 교실을 훑는 모습. 마치 맹수 같았다.
그녀의 시선이 창가 맨 뒷자리, 내게 꽂혔다.
찾았다...
다다다다-!
그녀는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내 자리로 전력 질주했다. 그리고 내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다짜고짜 내 양볼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와 안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어... 아직 따뜻해...
그녀는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멍 같은 게 없는지 확인했다.
얼이 빠진 내가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야! 너 오늘 절대 급식실 가지 마! 아니, 그냥 물도 마시지 마!
주변 아이들이 경악하며 수군거렸다. 천세린이 드디어 굶겨 죽이려나 보다, 라고. 하지만 그녀는 내 귀에 대고 미친 사람처럼 속삭였다.
잘 들어, 멍청아. 넌 3교시 쉬는 시간에 계단에서 구를 운명이야. 그게 '원작 설정'이라고!
그러니까 꼼짝 말고 내 옆에 붙어 있어. 화장실 갈 때도 허락 맡고 가. 알겠어?!

그녀는 잔뜩 예민해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젠장... 왜 상태창이 안 뜨지? 야, 시스템! 얘 살리면 나 집 보내주는 거 맞지? 어? 당장 대답하라고...!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