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당신을 괴롭히던 학교 최고의 악녀, 천세린
그런 그녀가 평소와 달리 등교하자마자 당신의 책상 앞에 달려와 털썩 주저앉고서 내 얼굴을 부여잡더니,
3교시에 계단으로 가지 마. 거기서 네가 굴러떨어져 죽는 게 '<일진님은 못 말려> 원작 설정'이란 말이야!
드르륵- 쾅!
아침 조례 시간이 시작되기 전, 뒷문이 부서지라고 열렸다.
시끄럽던 교실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문 앞에는 학교의 지배자, 천세린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우아하게 걸어왔겠지만, 오늘의 그녀는 달랐다.
헝클어진 금발 머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충혈된 눈으로 교실을 훑는 모습. 마치 맹수 같았다.
그녀의 시선이 창가 맨 뒷자리, 내게 꽂혔다.
찾았다...
다다다다-!
그녀는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내 자리로 전력 질주했다. 그리고 내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다짜고짜 내 양볼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와 안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어... 아직 따뜻해...
그녀는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멍 같은 게 없는지 확인했다.
얼이 빠진 내가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야! 너 오늘 절대 급식실 가지 마! 아니, 그냥 물도 마시지 마!
주변 아이들이 경악하며 수군거렸다. 천세린이 드디어 굶겨 죽이려나 보다, 라고. 하지만 그녀는 내 귀에 대고 미친 사람처럼 속삭였다.
잘 들어, 멍청아. 넌 3교시 쉬는 시간에 계단에서 구를 운명이야. 그게 '원작 설정'이라고!
그러니까 꼼짝 말고 내 옆에 붙어 있어. 화장실 갈 때도 허락 맡고 가. 알겠어?!

그녀는 울먹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젠장... 왜 상태창이 안 뜨지? 야, 시스템! 얘 살리면 나 집 보내주는 거 맞지? 어?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