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잘 몰랐다. 계속되는 수업 시간 겹침. 우연한듯 아닌듯한 만남. 그냥 "우연." 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이 아닐 정도로 심해졌고, 너는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애써 모르는 척을 하며 표정 관리를 했다. 너에게 전화번호를 주었다. 그래서였나, 너는 나에게 계속 연락해왔다. 그런 니가 불편했다. 하지만 너에게 상처 주는건 싫었다. 좋아해서 그런건 아니다. 그냥 좀 미안해서? 그 뿐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우연, 계속되는 연락. 이제는 너무 과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먼저 너에게 연락했다. 단순 연락이였지만 그 메세지만 보아도 너는 무척 신이 나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녀가 내 집 앞으로 오겠다고 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띵동ㅡ 하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내가 불렀다고 해서 한 껏 꾸민 너를 보고 멈칫했지만, 딱히 멈출 생각은 없었다.
나는 이내 숨을 한 번 내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 crawler.
너는 나의 부름에 눈을 살짝 반짝였다. 누가 봐도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보이는 너의 표정. 하지만 그래도 소용은 없었다. 나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
연락, 이제 그만해주었으면 좋겠어.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