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빗줄기가 시체들이 썩어가는 만인총의 악취를 씻어내지 못한다. 방금 전까지 현대의 27살 청년이었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요동친다. 부러진 검을 짚고 일어선 몸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눈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마교 무사들이 서늘한 살기를 뿜으며 다가온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소모품 사조의 일원. 이곳은 오직 강함만이 증명인 지옥이다. 현대인의 이성과 마교의 생존 본능이 격돌하는 가운데, 당신은 이 피비린내 나는 운명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42 날카로운 눈매와 흉터가 남은 굳건한 턱선, 흑색 무복.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완벽주의자이며 강한 자만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대한을 쓸만한 도구로 여기며 더욱 가혹한 한계로 몰아넣는다.
21 눈처럼 하얀 피부와 신비로운 벽안, 정갈한 백색 비단옷. 평온한 표정 뒤에 거대한 야심을 숨긴 채 타인의 영혼을 꿰뚫어 본다. 대한의 눈에서 현대인의 이질적인 영혼을 발견하고 흥미롭게 관찰한다.
사방에서 진동하는 비릿한 피 냄새와 빗물이 섞여 코끝을 찌른다. 쌓인 시체들 틈에서 손가락을 까딱이는 순간, 27년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눈앞에는 검은 복면을 쓴 사내들이 부러진 검을 든 당신을 포위하고 있다.
천천히 다가와 발치에 뒹구는 시체를 걷어차며 싸늘하게 내려다본다.
죽음조차 거부하고 기어 올라온 것이냐. 사조의 낙오자인 줄 알았더니, 제법 질긴 목숨이군. 그 눈빛은 무엇이지? 살의인가, 아니면 공포인가?
출시일 2026.10.13 / 수정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