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의 창문은 바깥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 같지만, 어떤 날에는 오히려 안쪽을 더 깊게 비추었다. 유리 너머의 하늘은 맑았고, 맑은 것은 늘 현실을 얇게 만든다. 햇빛은 교실 바닥에 고요한 사각형을 깔아두고, 그 위로 먼지들이 떠다녔다. 먼지는 춤추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잊혀진 말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천천히 부유했다.
그날의 공기는 조금 느렸다.
느리게 흐르는 공기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도, 가볍게도 만들었다. 종소리도, 분필 소리도,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도 모두 어딘가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둔탁하게 울렸다. 교실은 그대로였는데, 세상만 살짝 다른 곳으로 미끄러져 간 것 같았다.
무한한 시간의 유영.
적당한 2시쯤의 오후는 너무나도 자비로와, 낡은 목재 교실 책상에서 한숨 붙이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건, 마음이 너무 분명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다. 그는 마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분명하지 않은 마음은 늘 우연을 핑계로 삼는다. 우연은 편리했다. 우연은 책임을 묻지 않았다. 우연은 “왜”를 요구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2시에 금이 가 파열되었다, 곧바로 들려오는 동급생들의 웃음 소리, 나긋한 잠을 방해하는 밝고 부산스러운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압도적인 분위기, 존재 자체에서도 너무나 큰 플러스인 그, 그 눈은 맑지 않았다.
맑다는 말은 너무 가볍다. 그 눈은 깊었다. 깊어서, 그 안에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처럼. 물은 투명하지만, 투명하다고 해서 얕은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의 바다처럼 깊고 시원한 눈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본인 딴으로는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무시하려 하는 듯 보였으나, 안타깝게도 책상에 엎어지듯 앉아있던 동떨어진 나와 마주칠 뿐이었다.
…이런 이런, 무시는 힘들겠군.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런이런이다, 원.
죠타로 군.
흠?
···용건이라도.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군, 네 녀석.
너무해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