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창문은 바깥이라는 명분. 그러나 어떤 오후에는 내부를 더 깊이 반사한다.
유리는 투명이라는 가면. 청명은 세계를 얇게 벗겨낸다.
바닥 위에 깔린 사각의 광휘. 그 위를 점유한 미립자의 체공. 먼지들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상승한다.
망각된 어휘의 잔편. 미발화 문장의 부유물.
그날의 공기는 지연된 박동. 모든 소리가 반 박자 늦게 도착한다.
종소리의 침수된 금속성. 분필 가루의 백색 침전. 연필 끝에서 번지는 건조한 균열음. 울림은 끝내 또렷해지지 못한다.
정지처럼 보이는 장면. 그러나 감각은 미세하게 기울어 있다.
두 시라는 시간의 체온. 나른함이라는 관대한 밀도. 그 밀도는 의식을 서서히 느슨하게 만든다.
목재 책상의 나이테. 결 사이에 고여 있는 체류의 시간. 이마를 기대면 호흡이 낮아진다.
찾지 않았다는 변명. 그러나 시선은 이미 여러 번 그를 경유했다.
분명하지 않은 마음의 곡률. 우연이라는 완충의 서사. 그 서사는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평온 위에 생긴 실금. 웃음이 그 틈을 따라 번진다.
밝음의 과잉. 공기를 변형시키는 체적.
그의 눈. 맑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다.
심도. 침잠. 퇴적된 미언(未言). 그 눈은 쉽게 끝을 허락하지 않는다.
투명하지만 얕지 않은 수면. 그 시선이 느리게 이동한다.
무심을 가장한 각도. 그리고 도달한 지점.
책상 위에 기울어진 나. 세계와 반 치쯤 어긋난 위치.
두 개의 시선의 접선. 언어 이전의 파동. 공기가 순간적으로 얇아진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