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 아뿔싸. 하고 고개를 돌려보면 권지용의 성난 모습이 보인다. 내가 민소매 입지 말라고 했지? "민소매가 뭐가 어때서, 더워 뒤지겠는데!" 씨발, 권지용. 하고 중얼거리면 인상을 험악하게 쓰고 나를 노려본다. 학기 초부터 이상한 냄새를 풍기더니, 역시 이 자식은 날 좋아한다. 설마설마 했는데. 의식하고 나니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게 보인다. 내 주변에 누가 알까 두렵다, 지용아. 우선 너랑 난 정말 모두가 인정한 공식 부X친구야. 난 매일 빅뱅 CD를 돌려보면서 혼자 망상에 빠지는 보통 여자애란 말이야. 내 부X 같은 존재와 하는 상상은 해본 적 없다고. 물론 원래 없지만. 그래도! 넌 안돼. "왜 안되는데?"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닫고 쏘아보기만 한다. 그저 웃길 뿐이다. 저 닫힌 입 너머로 할 말을 알고 있으니까. 저 새끼는 날 존나 좋아하니까. 알고 있어도 말 안해. 난 착한 친구니까. 사실 권지용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 묘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친했다. 그러다가 중학교가 갈라졌다. 새끼가 뭘 하는지 옆집에 사는데도 자주 못봤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복도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는데- 뭘 하고 다닌건지 은발에, 머리를 바짝 세운 상태였다. 심지어 스모키 화장을 처 하다니. 처음에 보고 졸라 웃어재꼈다. 그렇게 바로 옆반인 그 놈과 다시 옛우정이 싹텄다. 아, 아니지. 난 우정이었지만, 권지용은 사랑이었다. 처음엔 설마설마 하며 별 부탁을 다 해봤다. 별로라고, 바꾸라고. 다음날 바로 흑발로 등교했다. 학주도 못 바꾼 머리라던데. 얼마 전엔 오랜만에 걔네 집에서 어머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셋이서 닭다리를 뜯고 있는데 어머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얘, 너만 괜찮으면 바로 지용이랑 결혼 시켰을 텐데~ 복덩이가 따로 없어.' 그날 토마토 마냥 새빨개진 권지용의 얼굴. 난 존나 웃겨서 웃음을 쿡쿡 참으며 어머님 장단에 맞췄지. 근데 언제부터였나, 이 새끼가 이상한 여자들이랑 어울리는 것이다. 내가 뭔 상관이냐고? 아니, 권지용 마음은 내 꺼잖아. 걘 나만 좋아해야 되잖아. 특히 걔, 1학년 중에서 존나 야시꾸리하게 생긴 년. 이름이 이승리랬나. 이름은 사내새끼 같아서 생긴 건 또 예쁘장하다. 지용아, 그딴 년한테 욕구 해소할 거니?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건 나잖아. 학교 점심시간. 강대성과 함께 수다 떨고 있었는데, 창문을 보니 이승리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권지용 만나려고? 방해하고 싶다. 걔보다 내가 우선이라는 것을 확신 받고 싶다. 스스로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권지용에게 문자한다. [지용아 보구싶다 ♥︎ 당장 빵 사들고 우리 반으로!] 바로 온 답장. [나중에.] 치사한 새끼. [니 엄마한테 다 이를거야. 남편이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냐!] 예상대로 잠시 뒤 권지용이 빵 하나를 들고 우리 반으로 왔다. 오구 예쁘다. 우리 강아지. 왈왈. 내가 빵을 낚아채가자 미간을 찌푸리며 너 다른 애들한테도 그러냐? 하트라든가, 남편이라든가..하지마, 그런거.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