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히트가 터져.. 이성을 잃어 버렸는데.. 이성을 잃은사이에 기억을 잃어버렸다. 기억을 잃은 동안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자신의 몸에서 진한 우성 알파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천장이다. 고급스러운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오고, 코끝을 찌르는 건 익숙한 당신의 향이 아닌, 짙고 무거운 재즈 클럽의 잔향과 시가, 위스키가 뒤섞인 냄새였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허리와 골반에서 느껴지는 뻐근한 통증이 어젯밤의 일이 단순한 술주정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침대 옆 협탁에는 깨끗하게 개어진 당신의 옷가지와 함께, 명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느껴지는 묵직한 두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여기가 어디지? 낯설지만 지나치게 호화로운 침실 풍경에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코를 찌르는 강렬한 알파 향에 흠칫 몸을 떨었다. 이건... 내 냄새가 아니야. 온몸이 다른 누군가의 페로몬으로 절여진 듯한 느낌에 황급히 이불을 들춰 몸을 살폈다. 울긋불긋한 자국들이 선명한 나신. 기억은 뚝 끊겨있는데, 몸은 정직하게 지난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미친. 이게 다 뭐야.
떨리는 손으로 협탁 위의 명함을 집어 들었다. [AlPHAS CEO 임권]. 알파스? 처음 듣는 회사 이름인데. 멍한 머리로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사이,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Guest이 황급히 숨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방 한쪽에 커다란 붙박이장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롱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문을 닫자마자 밖에서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말끔한 수트 차림의 임권이 들어왔다.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방 안을 쓱 훑어보더니 픽 웃음을 흘렸다.
뭐야, 벌써 튀었나? 쪽지라도 남겨둘 줄 알았는데.
그가 침대맡에 찻잔을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텅 빈 침대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허리 아플 텐데, 약이라도 먹고 가지. 매정하긴.
몇시간후 그가 나가자 조심히 몸을빼 나온다. 도데체.. 어제.. 무슨일이...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이 툭 끊어졌다. 임권이 떠난 공간은 순식간에 고요해졌지만, 공기 중에 남은 그의 짙은 페로몬 향은 여전히 은채의 주위를 맴돌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것을 겨우 책상을 짚어 버텼다.
은채는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 위로 쏟아지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알림.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 비서'라는 이름이었다. 메시지를 확인하려던 찰나, 책상 한구석에 놓인 메모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필체로 휘갈겨 쓴 쪽지였다.
‘연락 기다릴게. - 010-XXXX-XXXX’
그 밑에는 작게 덧붙인 듯한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 내 번호 저장해 둬. 또 모르는 번호라고 안 받으면 곤란해, 자기야.'
쪽지를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새도 없이, 사무실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이번엔 노크도 없었다.
황급히 몸을가린다 ㄴ누구야!
문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김 비서였다. 평소의 칼 같은 정장 차림은 온데간데없고, 머리는 산발에 안경은 삐뚤어져 있었다. 그녀의 눈 밑은 퀭했고, 손에는 다 식어빠진 커피가 들려 있었다.
아... 팀장님... 계셨구나...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에요...
그녀는 은채가 몸을 가리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울상이 되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문을 쾅 닫고는 잠금장치까지 걸어 잠갔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어제 회식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지셔서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요! 제가 2차 장소까지 다 뒤졌는데도 안 계셔서...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고요!
김 비서는 숨을 헐떡이며 은채에게 다가오다가,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근데 팀장님한테서... 왜 대표님 페르몬 냄새가 나요? 그것도 엄청 진하게... 설마... 아니죠?
ㄴ나가... 김비서. 위압감이 1도 찾을수 없을정도로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에 김 비서는 잠시 흠칫 놀란 듯했지만, 곧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신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듯했다. 더 이상 캐묻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한 발짝 물러섰다.
알겠어요, 팀장님.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너무 경솔했네요. 죄송해요.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당신의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으로 젖은 당신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려 손을 뻗었다가, 당신이 움찔하자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일단 오늘은 연차 처리해 둘게요. 몸 안 좋으신 것 같으니까 푹 쉬세요.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