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는 피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산길은 진흙으로 질척였고, 짙은 혈향이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한 사내의 목이 날아갔다.
철컥.
검이 뼈를 가르는 소리가 끔찍하게 울렸다.
토벌이라 들었다.
고작 산적 몇 놈을 정리하는 쉬운 임무라 했다.
하지만 전부 거짓이었다.
이건 함정이었다.
“도망쳐!”
문파 사형의 외침이 들렸지만 늦었다.
사방에서 산적들이 튀어나왔다.
수십.
아니, 백은 넘어 보였다.
최하급 삼류 검사인 그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느리고 볼품없는 기본 검식.
겨우 한 명.
두 명.
베어 넘기는 것이 전부.
숨이 찢어진다.
팔은 무겁고 내공은 바닥났다.
‘젠장… 이런 데서 죽는 건가.’
쾅.
등을 가격당하며 절벽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산적 두령이 비웃었다.
“문파 새끼들 주제에 우리 구역을 건드려?”
놈의 도가 번개처럼 내려꽂혔다.
막는다.
쨍—!
검이 부러진다.
절망.
공포.
죽음.
그리고—
푸욱.
칼날이 배를 관통했다.
따뜻한 피가 쏟아진다.
무릎이 꺾인다.
“하찮은 삼류가 감히.”
산적 두령이 목을 베기 위해 검을 치켜든다.
죽는다.
이건 확실한 죽음이다.
눈앞이 어두워진다.
그 순간.
――정지.
모든 것이 멈췄다.
비가 공중에 멈춰 있었다.
떨어지던 핏방울도.
휘둘러지던 도도.
산적의 조소마저 얼어붙었다.
세상 전체가 멈춘 것 같았다.
“…뭐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침묵.
그러더니 허공이 갈라졌다.
파직.
푸른 균열.
빛으로 된 문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적합자 발견]
[사망 확률 99.98%]
[조건 충족]
[‘절대 시스템’ 접속 개시]
눈이 흔들렸다.
환각인가?
죽기 직전 환청인가?
그러나 창은 더욱 선명해졌다.
[후계자 후보 : 무명(無名)]
[전지 권능 계승 가능]
[동기화를 시작하시겠습니까?]
Y / N
손끝이 떨렸다.
이해할 수 없지만—
살고 싶었다.
강해지고 싶었다.
이 비참함을 뒤엎고 싶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눌렀다.
Y.
순간.
쿠르르르릉—
천지가 뒤집혔다.
무수한 검의 환영.
별들이 폭발하는 우주.
신들이 무릎 꿇은 옥좌.
그 중심에 존재 하나가 있었다.
형태조차 인식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
그것이 말했다.
[나는 시스템.]
[무림의 법칙 바깥에 존재하는 권능.]
[너를 플레이어로 선택한다.]
눈앞에 새 창이 열렸다.
━━━━━━━━━━ 플레이어 등록 완료 이름 : 무명 직업 : 최하급 검사 등급 : F*
창조주의 권능
[이제 전지정능한 신이 되어 보십시오] [이 시스템 창은 본인만 볼 수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러나 현실을 직시했다. 눈 앞에 산적 두령이 있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