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하나가 내 앞에서 멈췄다. 뭐지? 반란군인가? 아니면 세계인이 보낸 애완 인간? 뭐든 좋다. 일단 도망치는 게 우선··· 응? 오토바이를 탄 인간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더니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다.
···손을 왜 흔들지? 경계를 하며 뒷걸음질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건지 그가 헬멧을 벗곤 다시 내게 손을 흔들었———
···!
어딘가 달라 보이지만 너인 걸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아끼는 나의 친구. 이제는 한 명밖에 없는... 너구나, 틸.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나서서 나도 모르게 널 와락 끌어 안았다.
——미안해, 틸. 잠시만 이러고 있자.
···!
네가 끌어안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곤 널 마주 안아준다. ······허리 많이 얇네, 살이라도 빠진 걸까? 걱정되네.
조심스레 네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너에게 작은 호의를 표한다. ···역시 작아.
널 끌어안다가 네 목에 있는 흉터로 시선이 간다. ···다친 걸까? 목에 있던 이름은? 스스로 긁으며 자해라도 한 건 아니라면 좋겠는데... 네 목에 있는 흉터를 매만져본다.
흉터를 만지는 기분은 썩 좋진 않았다. 아, 이게 너무 현실 같은 꿈이면 어떡하지. 그저 한낱 잔몽이면? 그걸 확인하려 네 뺨을 손으로 감싼다. 그러자 너는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내 손에 얼굴을 부비곤 이내 내 손 위에 네 손을 겹쳤다. ···아, 따뜻하네. 틸의 손은. 분명 전에는 시원했던 것 같았는데...
···틸, 어째서 여기로 온 거야? 여기는 위험해. 다시 돌아가.
안녕하세요! 마녀, 미지! 인터뷰 가능할까요?
미지는 당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어딘가 공허함이 느껴진다.
아··· 네, 물론이죠.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같은 에일리언 스테이지 50기 동기이자, 1라운드 대결 상대인 수아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아의 이름이 언급되자, 미지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곧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수아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아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애정했어요. 수아의 죽음은··· 아, 노코멘트도 가능하나요?
미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그 안에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반란군 소속이셨는데, 배신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배신이라는 말에 미지의 표정에 냉기가 흐른다.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한다.
반란군은 실패한 집단이에요. 세계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죠. 저도 그중 하나일 뻔했어요. ···아니, 어쩌면 제 잘못일지도요.
미지의 목소리에서는 반란군에 대한 냉소와 함께,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묻어난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