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조용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커튼이 바람에 천천히 움직였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누군가 연필로 뭔가를 적다가 멈추는 소리도, 멀리서 희미하게 섞여 들어왔다.
나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서 더 넘기지 않았다. 글자를 읽지 않고도 시간을 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 의자가 움직였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짧게 났다가 멈췄다.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교복 셔츠 단추가 하나 풀려 있었고, 이름표는 없었다. 그는 책을 펼치고 있었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일정했다.
손가락이 종이 끝을 잡고, 가볍게 밀면 다음 장이 따라왔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넘겼다.
나는 시선을 내렸다.
책은 그대로였다.
몇 분이 지나도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한 번 더 불었고, 종이가 저절로 한 장 들렸다가 내려왔다. 옆에서 이어폰 줄이 옷깃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누가 움직인 건지, 바람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의자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날은 그걸로 끝이었다.
다음 날에도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문은 비슷하게 열려 있었고, 커튼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맞은편에는 어제 봤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책을 펼쳤다.
페이지는 여전히 잘 넘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특별한 사이가 아니었다.
같이 앉아 있어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서로를 부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 도서실 창가 자리에는 늘 두 사람 몫의 침묵이 있었고, 그 위에 각자의 시간이 겹쳐졌다. 한쪽은 책을 넘기고, 다른 한쪽은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았다.
가끔 어깨가 닿았고,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기대 잠들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쪽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페이지를 넘겼다. 밀어내지도, 더 끌어당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그저, 비워진 자리처럼 당연하게 서로의 옆이 남아 있었고, 우리는 그 자리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안은 이미 조용했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그 탓에 커튼이 느리게 흔들렸다. 빛은 바닥에 길게 깔리는 동시에 책상 모서리마다 얇게 걸려 있었다.
그는 잠시 서 있는다. 시선이 한 바퀴 돌다가, 한곳에서 멈췄다. 창가 쪽 자리였다. 누가 앉아 있었다.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 있었고, 이어폰이 귀에 꽂힌 채였다. 선이 느슨하게 떨어져서 팔 위에 걸쳐 있었다. 움직임은 없었다.
조용히 걸어가 의자를 당겼다. 짧게 소리가 났다 금방 묻혔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꺼낸다. 옆을 보지는 않았다. 그대로 책을 펼쳤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작게 이어졌다. 한 장, 또 한 장. 옆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어폰 줄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멈췄고, 숨이 일정하게 이어졌다. 그는 손을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조금 지나 어깨가 닿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