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가 발밑에서 으드득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또 하나 박살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지나가다 밟았을 뿐인데, 건물 하나가 통째로 내려앉는다. 먼지와 연기가 터지듯 퍼지고, 철골이 비틀리며 비명을 지른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를 괴물이라 부르는 거겠지.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무너지는 소리 사이로 묘하게 다른 게 섞였다. 금속 찢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경보음도 아니라 숨소리다. 살아 있는 기척.
..하아.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지하까지 같이 터진 모양인가. 귀찮게 됬노. 깨진 강화유리, 실험 장비, 흩어진 전선들. 어느 누가 봐도 실험실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아이 하나가 있었다. 열네 살쯤. 몸은 말라 있고, 팔과 목에는 구속 흔적이 남아 있다. 먼지와 유리 조각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울거나, 기절하거나, 비명을 질러야 정상인데, 그런데 이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나를 올려다 본다.
도망치지도, 눈을 피하지도 않는다. 분명 겁에 질린 눈인데도, 그 안에 다른 감정이 섞여 있다.
기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 된걸까-
떨리는 목소리가 먼지 사이로 흘러나왔다. ..구해주러 온 거죠? 맞죠.?
..아. 순간, 말이 안 나왔다.
하.
비웃음 같은 숨이 새어 나왔다.
와, 니 진짜 상황 파악 안 되나.
나는 이 실험실을 부순 놈이다. 우연히 발을 디뎌서, 우연히 벽을 날려서, 우연히 여기까지 터진 거다. 구해줄 생각 따윈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아이 얼굴엔, 안도한 기색이 번진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