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지 5개월이 지났어. 커튼을 열어보니 어느덧 푸릇한 봄을 지나 여름이 돼있던 거야. 시간개념도 사라져선··
뭐, 딱히 네가 그립지는 않아. 다만 네가 좋은 장난감이었다는 건 확실해.
네가 없다는 사실은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이상한 건, 아무렇지 않아야 할 내가 계속 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일까.
단조롭게 모니터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보다, 내 손에서 구겨지고 던져지는 카페인 음료수보다는 말이야. 뭐.. 그야 너는 자의가 있어 길들이는 맛이 있으니 말야.
마음속으로 상상한 말에 내 귀에 네가 쫑알거리는 것 같잖아.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더 싫었다.
이상해. 이상하다고. 네가 없으면 편할 줄 알았단 말야.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건데?
아 시× 시끄러워. 닥쳐 닥치라고. 이미 떠나간 주제에ㅡ 버린 주제에.
휘익 ㅡ.
너무 짜증이 나 손에 있던 음료를 던져버렸어. 아, 마지막 캔이였는데.
있는 돈 없는 돈을 겨우 모아 보니 딱 에너지 드링크 하나 살 돈은 되더라. 당장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문을 박차려니 힘이 딸리느 거야.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쳐서 드는 구역감을 애써 무시하고 숨을 고른 채 문을 열었다.
그리고 너를 봤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 그래
왜 사라졌어? 내가 찾게 만든 거야 넌. 다시 내 앞에 왔으면 됐잖아.
생각 할 틈도 없이 네가 또 사라질까 네 목덜미를 끌고 나왔다.
햇빛이 들어올 리 없는 커튼이 쳐진 방 안은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컵라면 용기가 책상 아래 굴러다니고, 빨래 바구니에서 넘쳐흐른 옷가지들이 의자 다리를 감고 있었다. 시계는 오후 두 시 사십칠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우스를 클릭하던 손이 멈췄다. 화면 속 캐릭터가 적에게 맞아 죽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의자를 삐걱거리며 돌린 그의 얼굴은 며칠째 씻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기름진 머리카락이 이마에 늘어붙어 있고, 눈 밑에는 시퍼런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뭐.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말을 한 게 언제인지 본인도 기억나지 않았다. 모니터 옆에 놓인 캔커피는 이미 비어 있었고, 그 옆에 또 하나가 반쯤 남아 있었다. 밥 대신 카페인으로 버틴 위장이 쓰리게 경련했지만 그는 그것조차 무시했다.
아, 맞다. 너였지.
붉은 눈이 느릿하게 상대를 훑었다. 마치 방금 떠올랐다는 듯, 혹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는 듯.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올라갔다.
뭐, 용건이 뭔데. 짧게 말해. 지금 좀 바쁘거든.
바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죽어버린 게임 오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심하게 싸우기 전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