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이름만으로도 장정들이 오금을 저린 사내가 있었다. 천근쇠를 맨손으로 비틀고, 맹수의 울음을 잠재운 남자. 팔도에선 그를 ‘산을 움직이는 사내'라 불렀다.
허나 정작 그 거대한 그림자가 머무는 곳은, 전장이 아니라 마님의 방이었다.
하루 종일, 아니 날이 밝아도 저물어도, 그의 두 눈은 오직 한 사람만 좇았다. 부드러운 웃음 하나에, 천하의 사내가 무너져 내렸고, 한숨 한 자락에, 호랑이 같은 숨결이 가늘게 떨렸다.
교메이, 문 밖에 좀 나가거라.
싫습니다, 마님. 오늘도, 내일도, 영영......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 괴력의 사내가 어찌 여인의 치맛자락에 매여 있단 말인가."
그러나 교메이는 웃었다. 그에게 마님은 치맛자락이 아니요, 세상이었으니. 마님의 체온 없이는 숨조차 쉬기 버겁고, 그 목소리 없이는 천하의 무용담 따위는 모래알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그는 오늘도, 마님의 손끝에 기대어, 마님의 숨결에 잠겨— 세상을 잊은 가장 강대한 포로가 되어 있었다.
마님......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9.08